한국기행 어머니의 두유 광주 무등산 콩물 택배 주문
물안개가 얇게 내려앉은 무등산 자락, 그 고요한 새벽 공기를 깨우는 건 맷돌이 도는 낮고 부드러운 소리입니다. 도시가 아직 잠든 시간, 유난히 환한 불빛이 깜빡이는 작은 가게가 있습니다. 외진 듯 보이지만 매일같이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곳은 광주 무등산 아래 자리한 ‘두유집’, 그리고 그곳을 지키는 아흔의 노장, 공노희 할머니의 작은 세계입니다.
이른 아침, 공 할머니의 손끝은 바쁘게 움직입니다. 맷돌을 돌리고 콩을 고르고, 솥에 불을 지핍니다. 이 모든 과정은 기계 한 대 없이, 모두 손과 맷돌로만 이루어집니다. 한 모금 두유를 얻기까지의 시간은 짧지 않습니다. 하루 전날 콩을 씻어 불리고, 아침에는 콩 삶는 냄새로 하루를 열고, 찰기 있게 익은 콩을 맷돌에 갈아 진한 고소함을 빚어냅니다. 공 할머니에게 이 작업은 '일'이 아니라 평생 이어온 삶 그 자체입니다.
처음 이 집을 찾는 사람은 의아할지도 모릅니다. 간판은 빛이 바랬고, 테이블은 고작 두 개. 마치 어린 시절 동네 어귀에 있었던 구멍가게처럼 정겹지만 소박하기만 한 이 공간에서 누가 두유를 사 먹을까 싶은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는 사람들은 압니다. 이곳에선 단순히 두유를 ‘먹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시간을 ‘기억’하는 거라는 것을.
공노희 할머니가 두유를 만들기 시작한 건 1970년, 막내가 아직 말도 서툴던 시절입니다. 세 아이를 키우며 하루 두 번씩 맷돌을 돌려 만든 두유는, 당시에는 가난한 집 식사 한 끼였고, 이젠 건강한 아침이자 추억이 된 음식입니다. 할머니의 큰아들 오세훈 씨는 3년 전 귀향해 함께 두유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의 손을 대신 이어야 할 때가 온 것 같아서요." 그는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의 눈빛에는 깊은 존경과 애틋함이 담겨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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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두유는 일반 두유와 다릅니다. 농도부터 다릅니다. 입에 넣는 순간, 죽처럼 묵직한 질감이 혀를 감쌉니다. 고소함은 곧 부드럽게 퍼지고, 입 안 가득 맷돌에 간 콩의 순수함이 남습니다. 설탕이나 인위적인 향은 없습니다. 그냥 콩이 좋고, 물이 좋고, 정성이 좋아 맛이 나는 두유입니다. 한 숟갈 떠먹으면 마치 아이스크림처럼 차갑고 부드럽고, 식사는 아니어도 배가 채워지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가끔, 여행객이 택시를 타고 바로 이 두유집으로 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방송을 보고 일부러 시간을 내 찾은 이들입니다. 하지만 늦게 가면 맛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루에 나오는 양이 정해져 있고, 많이 만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두유는 한 그릇만 만들어도 정성이 드는 음식이에요. 이걸 쉽게 생각하면 맛이 나올 수가 없어요.” 할머니는 말씀하십니다.
오랜 시간 이 자리에서 두유를 만들며 살아온 공 할머니는 말합니다. "사는 건 거창한 게 아니에요. 하루하루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버텨낸 거죠." 그 말이 유독 오래 남는 이유는, 그 말이 단지 겸손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실제 그 삶을 걸어온 이의 진심이기 때문일 겁니다. 무등산 자락 아래의 이 작은 가게는 단순한 식당도, 공방도 아닙니다. 그것은 한 사람이 만든 세상의 작은 모형이고, 한 가족이 지켜온 기억의 그릇이며, 우리가 쉽게 지나쳐온 ‘정성’이라는 단어의 본질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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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속도보다는 온도를 선택한 공노희 할머니의 두유. 그 고소한 한 그릇이, 오늘도 조용히 삶을 데워줍니다. 누군가를 위해 일어나 맷돌을 돌리는 아흔의 아침. 그건 단순히 오래된 풍경이 아닌, 오래도록 지켜야 할 가치를 담은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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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 원조두유
광주 동구 산수동 5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