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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달인 젓가락 실치 건지기 달인 982회

by 오로라를찾아 2025. 5. 12.
생활의달인 젓가락 실치 건지기 달인 982회

 

 

 

 

 

충청남도 서천군 장고항. 어느 봄날, 아침 햇살이 바다 위에 금빛으로 번질 때면 이 작은 항구는 유난히 분주하다. 바닷가 횟집마다 손님들이 몰려들고, 어민들은 오늘도 갓 잡은 봄의 전령인 ‘실치’를 손질하느라 분주하다. 그 가운데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 사람이 있다. 바로 ‘실치 건지기 달인’으로 불리는 김오숙(65세) 씨다. 이곳 장고항에서 25년째 실치를 건져올리고 있는 그녀는, 남다른 손놀림으로 전국의 미식가들은 물론 관광객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실치는 바다의 미세한 은빛 요정이라 불린다. 몸길이 7cm 정도의 작은 생선으로, 봄철 서해에서 잠깐 동안만 잡히는 귀한 별미다. 워낙 크기가 작고, 움직임이 빠른 데다,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이물질과 뒤섞이기 쉽기 때문에, 제대로 다루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김오숙 달인은 오직 젓가락 세 개만으로, 수십 마리의 실치를 한 번에 건져 올리는 이색적인 기술을 선보인다. 그것도 그물이나 채 없이, 오로지 손끝의 감각만으로.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해보려 하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아무리 조심해도 실치 외에도 작은 해조류나 모래 찌꺼기가 뒤섞이기 일쑤다. 하지만 김오숙 달인의 손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 그녀가 물 속에 세 개의 젓가락을 빠르게 넣고 손목을 틀어 올리면, 실치만이 마치 빛줄기처럼 쏟아져 올라온다. 이 놀라운 장면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마치 마술을 보는 듯 입을 다물지 못한다. ‘비결이요? 비결은 없어요. 손끝으로 기억하는 거죠.’ 김오숙 달인은 수줍게 웃으며 말한다. 그녀에게 젓가락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오히려 연장된 손끝이다. 손목의 각도, 물살의 방향, 실치의 움직임, 수온까지. 모든 감각을 손끝에서 읽어야 한다. 그런 집중력과 감각을 길러내기까지 그녀의 25년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생활의달인 젓가락 실치 건지기 달인 982회

처음에는 어리숙했다. 실치를 건지려다 이물질과 뒤섞이고, 살아있는 실치가 탈출하기 일쑤였다. 바닷가의 어르신들은 그녀에게 ‘실치 건지기는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라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김오숙 달인은 포기 대신 연습을 택했다. 하루 수백 번, 때론 바다가 잠잠한 밤에도 젓가락질을 멈추지 않았다. 수많은 실패 끝에 마침내, 손끝으로만 실치와 이물질의 미세한 감각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실치 잡는 건 힘든 일이라 해요. 수고에 비해 값도 싸고, 손질은 귀찮고… 그래도 저는 이걸 25년 했어요. 왜냐면 그게 제 손맛이고, 장고항의 봄을 알리는 일이니까요.’ 김오숙 달인의 말에서는 묵직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녀가 떠올리는 실치는 어느 횟집, 어느 시장의 실치와는 다르다. 무조건 빠르게 많이 건지는 게 아니라, 가장 신선하고 깨끗하게 건져야 제 맛을 살릴 수 있다는 게 김오숙 달인의 철학이다. 그녀는 손님이 보는 앞에서만 실치를 건져낸다. 이유는 간단하다. 갓 건진 실치의 투명한 살결과 힘찬 움직임을 직접 보고, 맛보는 것이야말로 실치 요리의 완성이기 때문이다. 손님들은 그 모습에 감탄하고, 아이들은 눈이 동그래진다. ‘젓가락으로 실치 잡는 할머니’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이 때문이다. 김오숙 달인은 말한다. ‘요즘은 다 기계가 대신 해주고, 손맛이라는 걸 잊어버린 세상 같아요. 저는 손맛을 지키고 싶어요. 실치는 기계로 하면 절대 이런 맛 안 나요.’

생활의달인 젓가락 실치 건지기 달인 982회

김오숙 달인의 하루는 새벽 5시부터 시작된다. 직접 어부들과 바다에 나가 실치의 상태를 확인하고, 날씨와 조류를 읽는다. 오후에는 손님들이 보는 앞에서 실치를 건지고, 때로는 손님들에게 젓가락질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그녀가 건져낸 실치는 회로, 튀김으로, 혹은 미역국에 들어가 봄바다의 맛을 전한다.

‘내 손끝이 멈출 때까지, 실치도, 봄도 계속될 거예요.’ 김오숙 달인은 오늘도 묵묵히 젓가락 세 개를 들고 장고항의 봄바다 위에 섰다. 거센 파도 속에서도 실치를 건져내는 그녀의 손놀림은, 단순히 생선을 건지는 게 아니라, 장고항 사람들의 기억과 전통, 그리고 바다의 시간을 건져내는 것처럼 느껴졌다.

 

 

 

 

 

 

 

 

생활의달인 젓가락 실치 건지기 달인 982회:

 

2. 젓가락 실치 건지기 달인
 
<옥겸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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