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정보 스타밥집 서울 중구 경양식집 서태화 함박스테이크
배우 서태화가 반한 '그 시절 맛'… 충무로 지하의 숨은 보석, 경양식집 이야기 도심의 오래된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눈에 띄지 않던 지하 계단 끝에서 낯익은 향기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버터 냄새에 데미글라스 소스의 짭짤함, 그리고 철판 위에서 지글거리는 돈가스 소리까지. 이곳은 서울 충무로에 자리한 경양식 전문점 ‘그릴데미그라스’, 배우 서태화가 <생생정보 – 스타밥집>에서 소개한 단골 맛집이다.
한 끼 식사지만, 그 속엔 오래된 추억이 가득하다. 낡은 교복을 입고 아버지 손을 꼭 잡고 들어서던 경양식집, 첫 데이트에서 뭐가 맛있는지도 모르고 시켰던 돈가스 정식, 미지근한 크림스프 한 숟가락에 어른이 된 기분을 느꼈던 그 시절. 경양식은 단순히 양식이 아니다. 우리 세대만의 감성이자, 한 시대의 문화였다.
경양식, 한국인의 기억 속 양식 ‘경양식’이라는 말은 이제는 오히려 신선하다. 원래는 서양의 코스요리를 간소화해 한 접시에 담아낸 ‘가벼운 서양식’이라는 뜻이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을 거쳐 한국에 들어온 요쇼쿠(洋食)는 해방 이후 우리의 입맛에 맞춰 변화했고, 1980년대에는 가족 외식의 대표 메뉴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패스트푸드와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이 확산되면서 점점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나 다시 돌아왔다. 아니, 다시 ‘발견’됐다. 2020년대 들어 MZ세대의 ‘레트로’ 열풍과 중장년층의 향수 어린 입맛이 만나 경양식은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충무로 ‘그릴데미그라스’는 그 복고의 정점에서 묵묵히 조리대 앞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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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릴데미그라스, ‘그 시절 돈가스’를 만나다 이 식당은 처음엔 경복궁 인근 팔판동에서 문을 열었다. 당시에도 소문난 맛집으로 입소문을 탔고, 지금은 충무로 오리엔스호텔 지하로 자리를 옮겨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복고풍이지만, 허름하지 않다. 우드톤의 인테리어에 클래식한 조명, 적당히 빈티지한 식기와 테이블이 이 공간의 감도를 잡아준다. 낡았지만 새롭고, 오래됐지만 젊은 공간.
서태화 배우가 가장 좋아한다는 메뉴는 단연 ‘수제 돈가스 데미글라스 정식’. 얇게 튀긴 튀김옷 아래에 두툼한 돼지고기. 그 위에 깊고 진한 데미글라스 소스를 얹는다. 흔히 인스턴트 소스로 대충 맛을 내는 곳과는 달리, 이곳은 48시간 우려낸 육수에 야채와 고기를 푹 고아 만든 정통 소스를 사용한다. 첫 숟갈에는 단맛이, 그다음엔 짭조름한 감칠맛이 퍼진다. 밥과 함께 먹으면 그것도 좋고, 소스에 살짝 적신 빵을 곁들이는 것도 별미다.
잊지 못할 스프 한 입의 마법 경양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크림 스프’도 진짜다. 밀가루 맛만 나는 저렴한 스프가 아니라, 우유와 버터, 양파를 제대로 볶아 만든 정통식. 미지근하게 식지 않도록 잔에 담아 따뜻하게 제공되는 센스까지. 서태화는 “이 집 스프 한 입이면, 1980년대 내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다”고 했다. 그 감정이 무엇인지, 한 숟갈이면 금세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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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다시 경양식을 찾는가? 요즘 SNS를 보면, ‘#경양식’ ‘#돈가스정식’ 해시태그가 줄지어 올라온다. 자그마치 수만 개의 게시물이 존재하고, 그 안에는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세대의 사진과 감상이 있다. 20대에게는 새로운 경험이고, 40대에겐 그리운 기억이다. 그릴데미그라스는 단지 음식을 파는 식당이 아니다. 추억을 팔고, 감성을 제공하며, 현재와 과거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어주고 있다.
경양식은 죽지 않았다, 단지 멋지게 부활했을 뿐 충무로라는 장소도 흥미롭다. 영화의 도시, 예술가들의 거리였던 이곳은 언제나 ‘옛것의 힘’을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그런 충무로에 자리한 경양식당이라니,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배우 서태화가 이곳을 ‘단골’로 삼은 이유도, 단지 음식 맛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 안에 담긴 기억과 감성, 그리고 인간적인 따뜻함이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다.
지금도 누군가는 충무로의 지하 식당에서 조용히 스프를 떠먹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돈가스를 썰며 어린 시절을 떠올릴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 낯선 양식에서 신선한 감동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릴데미그라스, 그 이름은 오래되었지만, 그 맛은 언제나 지금의 이야기다. 오늘은 누군가에게도, 처음 만나는 ‘추억의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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