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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면 일등 남편의 손두부 로맨스 재근 씨의 아내를 지켜라 688회

by 오로라를찾아 2025. 5. 11.
사노라면 일등 남편의 손두부 로맨스 재근 씨의 아내를 지켜라 688회

 

 

 

전라북도 진안, 마이산 자락 아래 정겨운 시골 장터가 열리는 날이면 어디선가 고소한 두부 냄새가 풍겨온다. 그 주인공은 바로 76세 신재근 할아버지

와 72세 노순덕 할머니 부부. 이 부부는 직접 농사지은 콩으로 정성껏 두부를 만들어 장에 나간다. 어릴 적 외가집에서 처음 만났던 그 소녀가 이제는 반세기 넘는 세월을 함께한 아내가 되었고, 두 사람의 삶은 콩과 물, 그리고 불의 온기처럼 단단하고도 따뜻하다. 순덕 할머니는 시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전통 두부 비법을 지금까지 고스란히 지키고 있다.

 

콩을 불리고 갈고, 끓이고, 간수를 쳐가며 만들어낸 두부는 시판 두부와는 비교할 수 없는 깊고 진한 맛을 낸다. 겉은 부드럽고 속은 단단하며,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가 입 안에 퍼진다. 소금 한 톨 없이도 감칠맛이 살아 있어, 그야말로 ‘밥도둑’이 따로 없다. 동네 사람들은 이 집 두부만 보면 옛 어머니 손맛이 생각난다며 일부러 장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할머니의 두부는 단순한 음식이 아닌, 부부의 삶이 오롯이 배어 있는 한 그릇의 시간이다. 두부 만드는 그 시간 곁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이는 바로 재근 할아버지. 콩 푸대부터 도구 손질, 설거지와 청소까지 척척 해내며 아내의 손발이 되어 준다. 아내가 눈짓만 해도 필요한 걸 가져다주고, 가끔은 아내 몰래 좋아하는 주전부리를 사다 놓기도 한다. 일흔이 넘은 지금도 그는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바라본다. 이웃들은 그를 ‘일등 남편’이라 부르고, 동네 장날이면 늘 둘이 함께 붙어 다닌다고 해 원앙부부라며 부러워한다.

사노라면 일등 남편의 손두부 로맨스 재근 씨의 아내를 지켜라 688회

하지만 아무리 다정한 부부도 잠시 떨어질 수밖에 없는 날이 있으니, 바로 장날이다. 아내가 장터에 나가면 혼자 밭일을 하고 집안일을 맡는 재근 할아버지는 그 시간이 제일 허전하다고 말한다.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은 아내를 기다리는 시간이라고. 어느 날은 비까지 쏟아져 더욱 속을 태웠다. 시장이 끝나갈 무렵, 우산을 들고 마을 어귀까지 아내를 마중 나가는 그 발걸음엔 사랑이 묻어난다. 순덕 할머니는 여덟 남매의 장남에게 시집와 12식구 밥을 책임지며 살아왔다. 자식들 힘들게 하지 않겠다고 도시에 보낸 뒤, 남편과 둘이서 농사짓고 두부 만들어 살아왔지만,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어느 날 다리에 이상이 왔다. 병원에선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고, 부부는 농사까지 미루고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아픈 내색 한 번 못하고, 먼 독일에 유학 중인 아들에겐 여전히 “엄마 아빠 잘 지낸다”고 씩씩한 목소리만 전한다.

 

 

 

 

사노라면 일등 남편의 손두부 로맨스 재근 씨의 아내를 지켜라 688회

그래도 삶은 멈추지 않는다. 다시 두부를 만들기 위해, 다시 장터를 나가기 위해 이들은 일어선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남편은 쌀을 안치고 찌개를 끓이며 아내의 귀가를 기다리고, 아내는 묵묵히 정성을 다해 두부를 만든다. 이들 부부의 사랑은 소리 내지 않지만 깊게 울리는 노래처럼, 오늘도 시골 장터의 공기 속에 녹아 있다. 봄이 오면 마당에 꽃이 피듯, 부부의 사랑도 또 한 송이 새로 피어난다. 그리고 그 따뜻한 정은 순덕 할머니가 만든 두부처럼, 씹을수록 깊고 오래도록 고소하다.

사노라면 일등 남편의 손두부 로맨스 재근 씨의 아내를 지켜라 688회

 

 

<출연자 연락처>

신재근(남편) 010-3670-2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