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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면 산달도 거제 도시락 거제도 철부지 연하남 명랑 아지매

by 오로라를찾아 2025. 4. 6.
사노라면 산달도 거제 도시락 거제도 철부지 연하남 명랑 아지매

 

 

 

다 끝 작은 섬, 도시락에 사랑을 담는 부부 — 산달도의 봄날은 지금 피어오른다 경남 거제도 최서남단, 다리 하나로 겨우 연결된 자그마한 섬 산달도. 사방이 푸른 바다로 둘러싸인 이 섬은, 차로 한 바퀴 도는 데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인구보다 고동소리가 더 많은 섬. 그 고요한 바닷가에, 오늘도 연탄불처럼 따스한 도시락집이 하루를 연다.

작은 간판도 없는 그 집의 주인은, 늘 반달 같은 눈웃음을 짓는 김경숙(55) 씨와 전직 프로축구선수 출신, 낚시광이자 요리 보조로 환골탈태한 김성준(50) 씨 부부다. 두 사람은 연고 하나 없던 이 섬에, 2년 전 도시락 한 통에 인생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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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낚시나 하며 한가롭게 살자 했던 사람이에요. 제가 거기에 혹해서 왔죠.” 경숙 씨는 혀를 찼지만, 정작 목소리엔 웃음이 가득했다.

 

 

 

 

하지만 현실은 ‘섬세한 한가로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새벽 2시 반. 해무가 바다를 덮기 전, 부부는 벌써 하루를 시작한다. 성준 씨는 재료를 손질하고, 경숙 씨는 양념을 만들며 볶고 무친다. 두 사람 손을 거친 도시락은 적게는 70개, 많게는 400개. 바다에서 일하는 어민들, 낚싯배 타는 관광객들, 도시에 있는 단골들이 이 도시락을 기다린다.

단순한 김밥이나 덮밥이 아니다. 집에서 한 상 차린 듯 정갈하게 담긴, **‘밥다운 밥’**이다. 무농약 채소로 담근 겉절이, 직접 무친 나물, 조려낸 멸치, 달큰한 계란말이. 이 도시락을 받아든 사람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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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친정 엄마가 도시락 싸준 느낌.”

경숙 씨는 도시락에 반찬을 담을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오늘도 힘내세요. 따뜻하게 드세요.” 비록 그 말은 고요한 공기 속으로 흩어지지만, 도시락 뚜껑을 여는 사람의 마음에 닿는다고 믿는다.

성준 씨는 늘 능청스럽게 농을 던진다. “내가 오늘 손톱 손질해줄게. 약속했잖아.” 경숙 씨는 매번 “또 그 말!” 하면서도, 입꼬리가 올라간다. 부부는 오늘도 환상의 호흡으로 도시락을 완성한다. 눈빛만 봐도 ‘척하면 척’이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도시락 한 통을 놓쳤다. 그 도시락은,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낚시터로 가야 했다.

배달을 다녀온 성준 씨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지만, 수화기 너머로 돌아온 목소리는 평소보다 뜨거웠다. “하, 지금 다시 가야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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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숙 씨는 억울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쉴 새 없이 일했는데, 왜 이 도시락 하나로 이렇게 다퉈야 하나 싶었다. 그날 오후, 바람이 잦아들자 경숙 씨는 부산 기장에 사는 시어머니를 찾았다. 어깨는 굽었지만 눈빛은 맑은 여든의 시어머니는, 평생 해녀로 바다를 누볐다. 그는 성준 씨의 유년 시절부터 프로 데뷔까지 뒷바라지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시어머니가, 요즘엔 ‘며느리 바라기’다. “이 며느리 없었으면, 우리 아들 지금 어디서 뭐 하고 있을지 몰라.” 경숙 씨는 그 말에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 시어머니 앞에서 쌓였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도시에서 낯선 섬으로 들어와, 불편한 임시 숙소에서 도시락을 만들고 사는 일상이 생각보다 훨씬 벅찼다고. “근데도 그 양반은, 자꾸 낚시 타령만 해요. 내가 낚시밥 차려주는 사람도 아니고…” 두 손을 꼭 잡아준 시어머니는 말했다. “그 양반이라도 좋다. 사람 좋은 건 안다. 둘이 웃으며 살아.” 경숙 씨는 다시 돌아와, 조용히 도시락을 준비한다. 성준 씨는 말없이 뒤에서 생선을 굽고, 계란을 깬다. 그날 밤, 창밖엔 별이 반짝였다. 둘은 여전히 임시 숙소의 가스레인지도 없는 싱크대 앞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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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준 씨가 말한다. “다음 달이면 식당 열잖아. 그땐 밥 해줄게. 진짜로.” 경숙 씨가 대답한다. “손톱 손질은?” “그건 오늘 해줄게.”

바다 끝 작은 섬, 산달도. 그곳엔 도시락보다 따뜻한 부부의 마음이 피어나고 있다. 누군가에겐 ‘그저 도시락’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그 도시락이 삶의 위로이자, 사랑의 기록이다.

이 부부의 봄은 지금, 도시락 뚜껑을 열듯 천천히, 따뜻하게 피어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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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자 연락처>

김경숙(아내) 010-4803-5536

김성준(남편) 010-5788-37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