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한바퀴 비건 빵집 동작구 비건 쌀빵 단팥빵 채식주의 자 부부의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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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의 어느 조용한 골목,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일반적인 베이커리와는 사뭇 다른 공기를 풍기는 작은 가게가 눈에 띈다. 눈에 띄는 간판도 없이, 담백한 흰색 외관과 통유리 창으로 안을 들여다보면 정갈하게 진열된 빵들과 따뜻한 조명을 받아 마치 갤러리처럼 느껴지는 곳. 이곳은 ‘쌀로 만든 비건 빵’을 고집스럽게 굽는 한 부부가 운영하는 수제 베이커리다.

 

 

 

무엇보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우유도 계란도, 심지어 버터나 꿀조차 사용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빵과는 시작부터 다르다. 글루텐프리, 동물성 무첨가, 저당, 그리고 전 제품 100% 쌀가루 사용. 말 그대로 정제된 설탕과 동물성 재료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고요하지만 강단 있는 베이커리다.

이 빵집의 주인공은 우찬 씨와 도희 씨 부부다. 과거에는 스테이크와 삼겹살 없인 식사가 불가능할 만큼 육류를 즐겼던 우찬 씨는 몇 년 전 건강 악화로 인해 식습관 전반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채식은 단순한 식단 변화가 아닌 삶의 방향 자체를 바꿔 놓았다. 빵을 좋아했지만 늘 속이 불편하고 피부 트러블에 시달렸던 그는 밀가루 대신 쌀가루를 사용한 비건 베이킹에 눈을 떴고, 그 길을 한걸음씩 밟아 지금의 가게까지 이어왔다.

반면 그의 아내 도희 씨는, 대치동에서 오랜 시간 아이들을 가르치던 논술 강사였다. 안정적인 직업을 뒤로 하고 남편과 함께 빵을 굽는 삶을 선택한 그녀에게도 이 빵집은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닌 ‘삶의 전환점’이었다. 두 사람은 새벽 5시면 하루를 시작하고, 해가 지기 전까지 반죽, 발효, 굽기, 진열, 고객 응대까지 모든 과정을 오롯이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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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종류는 무려 60가지가 넘는다. 가장 인기 있는 건 단연 ‘홍국 단팥빵’. 붉은 쌀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난 색감과 고소한 쌀 반죽, 직접 삶은 국내산 팥으로 속을 채운 이 빵은 단맛이 은은하고 포만감이 오래간다. 처음엔 “이게 빵이 맞아?”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들도, 한 입 베어 물고선 고개를 끄덕인다.

또 하나의 인기 메뉴는 ‘토마토 바질 쌀바게트’. 직접 텃밭에서 기른 바질을 반죽에 넣어 향긋함을 배가시키고, 속에는 유기농 토마토로 만든 세미드라이드 토마토가 가득 들어 있다. 외형은 작지만 씹을수록 쫀득하고 고소한 감칠맛이 입 안에 오래 남는다. 이 외에도 두부로 속을 채운 ‘두부롤빵’, 콩가루를 듬뿍 뿌린 ‘인절미 크림빵’, 말차와 흑임자를 조합한 ‘흑임자 말차 롤’, 현미가루로 만든 ‘현미 쌀쿠키’ 등 메뉴 하나하나가 실험정신과 진심으로 가득 차 있다. 단순히 동물성 재료를 빼는 수준이 아니라, 채식주의자뿐 아니라 일반 식습관을 가진 이들도 만족할 수 있도록 풍미와 식감을 높이기 위한 부부의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놀라운 점은 이곳 빵의 보관성이다. 보존료를 쓰지 않지만 냉장 보관 시 5일 이상도 거뜬히 유지된다. 이는 오로지 국산 쌀가루와 천연 재료만을 사용한 결과로, 하나를 먹어도 제대로 된 걸 찾는 소비자들에게 이 가게가 입소문을 타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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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안에는 테이블이 몇 개 놓여 있어, 커피나 허브차와 함께 빵을 먹을 수 있는 소박한 카페 역할도 한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비건 식단을 실천하는 이들뿐 아니라, 당뇨나 밀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가족을 둔 이들, 혹은 건강한 먹거리를 고민하는 중장년층까지 다양하다. ‘빵은 맛있지만 늘 죄책감이 따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이들이, 이 빵을 접하고 나면 표정부터 달라진다.

그리고 이 빵집을 처음 찾은 이들이 놀라는 또 한 가지. 빵마다 자세하게 표시된 ‘재료 라벨’이다. 사용된 곡물의 종류, 유기농 여부, 당도, 칼로리까지 상세히 적혀 있어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다. “빵은 먹고 싶은데 성분이 불안해서 못 먹어요”라는 고객에게 이 정보는 신뢰의 시작이 된다.

무엇보다 이 가게는 빵만 파는 곳이 아니다. 건강한 삶을 위한 새로운 문화를 소개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부부는 주기적으로 비건 베이킹 클래스를 열고, 소규모 토크 콘서트나 채식 강연회도 연다. 작지만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고 싶다는 부부의 바람이, 이 공간을 통해 천천히 퍼져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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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희 씨는 말한다. “우리가 하고 있는 게 거창한 변화는 아니에요. 하지만 하루에 단 한 명이라도 ‘이 빵 덕분에 건강해졌어요’라는 말을 들으면, 그 하루는 충분히 의미 있죠.”

단지 비건이어서가 아니라, 정성스럽게 구운 빵이 주는 진심이 느껴지는 이곳. 서울 동작구의 이 소박한 베이커리는 몸에 좋은 빵을 찾는 이들의 작은 성지로, 오늘도 조용히 반죽을 고르고 있다. 평범한 골목에서, 특별한 맛과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면, 이곳을 기억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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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부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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