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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한바퀴 두부 오징어 두루치기 48년 역사 노포 광천식당

by 오로라를찾아 2025. 6. 7.

 

동네한바퀴 두부 오징어 두루치기 48년 역사 노포 광천식당

 

 

대전이라는 도시가 지닌 진짜 매력은 어디서부터 시작될까요? 유성온천의 따스한 김 속이 아닐지도 모르고, 대덕연구단지의 똑똑한 두뇌들 속에서도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 해답을 '선화동의 골목 한 켠'에서 찾았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걸음을 멈추게 하는 오랜 간판, 그리고 그 너머로 풍겨오는 매콤하고 걸쭉한 냄새. 대전의 오랜 미식기록에 진하게 새겨진 이름, 바로 48년간 두부와 오징어 두루치기로 한자리를 지켜온 이 노포에서 말입니다.

 

 

1970년대, 충남도청이 대전 선화동에 위치하면서 이 일대는 도시 행정의 중심지이자, 점심시간이면 관공서 직원들이 몰려드는 맛의 거리로 성장했습니다. 칼국수, 순댓국, 그리고 그 속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건 바로 두루치기였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장을 보러 나온 어르신들의 발길을 이끄는 이 노포 식당은, 단순히 음식만을 파는 곳이 아닙니다. 대전의 시간과 사람, 정서와 손맛이 그릇 하나에 담겨 나오는 곳이지요.

이곳의 시작은 소박했습니다. 한 모퉁이에 자리를 잡고 두부를 부쳐 팔던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하지만 손님들의 요구는 늘 새로운 맛을 갈망했고, 주인장은 두부에 양념을 더해 두루치기를 만들어냈습니다. 맵고 짭짤한 고추장 양념에 부드러운 두부가 어우러지며 그야말로 밥도둑이 되었고, 여기에 오징어가 더해지면서 두루치기의 차원이 달라졌습니다. 불향 가득한 팬에서 끓어오르던 오징어 두루치기는 도시락을 싸들고 점심을 먹으러 온 공무원, 하교 후 간식을 찾는 학생들, 그리고 오늘도 시장에서 발길을 멈춘 손님들의 공통된 추억이 되었습니다.

특히 이곳의 두루치기에는 ‘걸쭉한 국물’이라는 특별함이 있습니다. 단순히 매운맛을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춧가루와 마늘, 양파, 사과즙 등으로 우려낸 비법 양념은 단맛과 감칠맛을 동시에 잡아냅니다. 그래서일까요? 손님들은 국물까지도 남기지 않고 밥을 비벼 먹습니다. 이 집의 시그니처 중 하나는 바로 이 국물에 말아내는 칼국수입니다. 도톰한 면발이 국물과 어우러져 별도 메뉴처럼 즐겨지고 있죠. 칼국수를 추가하면 그야말로 ‘두루치기 정식’이 완성됩니다. 이 식당의 저력은 단순한 맛에 있지 않습니다. 대전 시민의 오랜 삶 속으로 녹아든 따뜻한 정이 바로 이곳을 명소로 만든 힘입니다. 사장님은 식당을 아들에게 물려주었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주방에 서 계십니다. 새벽 일찍 시장에서 재료를 들이고, 직접 손질을 하며, 여전히 맛의 중심을 잡고 계시죠.

 

 

 

 

 

“한 사람이라도 배불리 먹고 가면 그게 내 복이지요.”

동네한바퀴 두부 오징어 두루치기 48년 역사 노포 광천식당

사장님의 이 말 한마디가 이 식당의 정체성을 설명합니다. 장사보다 중요한 건 사람이라는 철학, 그래서일까요? 손님들 역시 음식을 먹는다는 느낌보다, 한 그릇의 정을 나누는 듯한 기분을 안고 돌아갑니다.

최근에는 '동네한바퀴'에 출연한 이만기 씨가 이곳을 방문하면서 전국적인 관심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전직 씨름선수이자 미식가로도 알려진 그는 오징어 두루치기를 한 입 맛본 뒤, “와, 이건 땀 흘리면서도 먹게 되는 맛입니다. 중독이네요”라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특히 두부 두루치기를 국물까지 긁어먹으며 “이건 진짜 어머니의 손맛입니다”라는 그의 멘트는 이 식당의 정체성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졌습니다. 선화동이 충남도청 이전 후 상권 침체를 겪었음에도 이 식당이 여전히 건재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화려한 인테리어나 SNS용 비주얼 없이도, 변하지 않는 맛과 마음으로 사람을 모은 것이죠. 최근 몇 년 사이 대전은 미식 도시로 떠오르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이런 골목의 노포가 있었습니다.

대전에서 두루치기가 유명한 것은 단순히 입맛 때문이 아닙니다. 이 음식은 속이 든든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진심의 요리이기 때문입니다. 바쁜 하루 속에 저렴한 가격으로 한 끼를 해결하려는 사람들, 소주 한잔에 매콤한 국물을 찾는 이들, 그리고 그저 오래된 맛을 그리워하는 손님들 모두에게 이곳은 ‘맛’이 아닌 ‘기억’을 먹고 가는 장소입니다. 48년이라는 시간, 네 계절을 지나며 이어온 불꽃 같은 화덕 앞의 나날들. 이 식당은 단순한 두루치기집이 아닙니다. 대전이라는 도시의 음식사, 그 중심에 있는 살아있는 맛의 역사이자 사랑방입니다.

동네한바퀴 두부 오징어 두루치기 48년 역사 노포 광천식당

만약 대전을 여행한다면, 혹은 오랜만에 돌아간 고향에서 따뜻한 밥 한 끼가 그립다면, 선화동의 이 두루치기 노포를 꼭 들러보시길 바랍니다. 배도 마음도 든든히 채워줄 한 그릇의 정성이, 이 골목 어딘가에서 지금도 뽀얗게 김을 올리고 있을 테니까요.

 

 

 

동네한바퀴 두부 오징어 두루치기 48년 역사 노포 광천식당

 

 

광천식당

 

 

대전 중구 대종로505번길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