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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한바퀴 곰취 피자 양구 영국 왕실그릇 수집가 홍차 레스토랑

by 오로라를찾아 2025. 5. 17.
동네한바퀴 곰취 피자 양구 영국 왕실그릇 수집가 홍차 레스토랑

 

 

 

 

 

 

양구의 푸른 산세를 등지고 고즈넉하게 솟아오른 비봉전망타워. 그 3층에 들어서는 순간, 이곳이 정말 강원도 깊숙한 시골 마을의 한 전망대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앤티크 진열장, 고풍스러운 테이블 위엔 영국 왕실풍의 정갈한 티 세트가 올려져 있고, 어디선가 은은하게 번지는 홍차 향이 방문객을 사로잡습니다. 그야말로 ‘차 한 잔의 유럽 여행’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이 독특한 공간의 주인장은 임호영 씨, 올해 예순넷. 과거에는 서울 명동 거리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명성을 떨쳤던 인물입니다. 번쩍이는 패션쇼 조명 아래 수많은 모델들과 함께 작업하던 그가, 이제는 조용한 양구의 한 자락에서 찻잔을 들고 차의 온도를 봅니다. 이 놀라운 반전의 배경에는 그의 오랜 열정, 그

리고 ‘대접받는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습니다.

 

 

 

 

 

디자인업에 종사하던 시절, 해외 고객들과 고급 살롱에서 차를 마시던 경험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그때 처음 접한 영국 왕실 스타일의 다기 세트는 단순히 음료를 담는 도구 그 이상이었습니다. 정중한 접대, 여유로운 기분, 그리고 섬세한 미학. 그렇게 그는 차 문화에 빠져들었고, 본격적으로 유럽산 앤티크 찻잔을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동네한바퀴 곰취 피자 양구 영국 왕실그릇 수집가 홍차 레스토랑

그러나 단지 수집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직접 차에 대해 공부하고, 원료를 고르고, 블렌딩 기법을 익혔습니다. 결국 그가 마련한 공간은 박물관과도 같은 찻잔 전시장인 동시에, 티 소믈리에가 운영하는 진짜 ‘살롱 드 티’가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차는 단순한 홍차가 아닙니다. 블랙티, 얼그레이, 루이보스 같은 익숙한 이름이 아니라, 임호영 씨만의 감성과 지역성을 담은 차입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양구의 자연과 조화를 이룬 블렌딩입니다. 들꽃의 향, 곰취의 상큼한 기운, 그리고 맑은 강바람을 닮은 미묘한 뒷맛까지… 그는 자연에서 차의 영감을 얻고, 그 향을 한 잔에 담아냅니다.

 

 

그가 가장 애정을 쏟는 메뉴는 다름 아닌 ‘곰취 피자’. 흔히 볼 수 없는 조합이죠. 서양식 플랫브레드 위에 토마토소스 대신 고소한 리코타 치즈, 그리고 채소 대신 양구 특산물인 곰취 잎을 얹었습니다. 이 곰취 피자는 보기에도 이국적이지만 맛은 오히려 한국인의 입맛에 꼭 들어맞습니다. 담백하면서 향긋하고,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가 가득합니다. 사람들은 처음엔 신기해서 주문하지만, 두 번째부터는 ‘그 맛’이 생각나 다시 찾아옵니다.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합니다. “찻잔이 고와서, 음식이 맛있어서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사람에게 대접받았다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고. 임 씨는 손님을 고객이 아니라 ‘이 시간을 함께하는 사람’이라 여깁니다. 티를 내릴 때도 서두르지 않습니다. 찻잎을 뜨거운 물에 넣고, 향이 피어오르는 걸 함께 바라보며, 천천히 이야기하고 웃습니다. 그런 시간 속에서 차 한 잔은 음료가 아닌 ‘기억’이 됩니다.

무엇보다 이곳은 양구라는 공간에 묘한 균형을 더합니다. 전망타워의 꼭대기층에서, 도시의 흔적을 간직한 공간이 펼쳐지고, 거기서 흘러나오는 따뜻한 차 향은 이 마을에 완전히 새로운 공기를 불어넣습니다. 지역 어르신들도 궁금해서 올라왔다가, 처음 마셔보는 진짜 홍차에 반하고는 단골이 되었다고 합니다.

동네한바퀴 곰취 피자 양구 영국 왕실그릇 수집가 홍차 레스토랑

임호영 씨는 “패션은 흐름을 읽는 일이고, 차는 흐름을 멈추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그는 늘 바쁘게 살던 과거보다 지금이 훨씬 더 자신답다고 말합니다. 시간의 속도는 느려졌지만, 삶의 밀도는 훨씬 더 깊어졌다는 그 말 속엔 단순한 낭만 이상의 실감이 묻어납니다.

비봉전망타워 3층은 단순한 티 카페가 아닙니다. 이곳은 ‘차’라는 도구를 통해 사람과 사람, 과거와 현재, 도시와 농촌을 잇는 다리 같은 공간입니다. 누군가에겐 여행의 특별한 기억이 되고, 또 누군가에겐 자신을 돌아보는 사색의 시간이 됩니다. 오늘도 임호영 씨는 정성스레 찻잎을 덖고, 조용히 말합니다. “이 찻잔에 담긴 건 단지 차가 아니에요. 제가 걸어온 인생이에요.”

 

 

 

동네한바퀴 곰취 피자 양구 영국 왕실그릇 수집가 홍차 레스토랑

 

 

비봉전망타워 3층

강원 양구군 양남로7번길 13 비봉전망타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