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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면 청학동 산골 식당 지리산 장금이와 백발의 슈퍼맨

by 오로라를찾아 2025. 3. 2.
사노라면 청학동 산골 식당 지리산 장금이와 백발의 슈퍼맨

 

 

 

 

사랑을 믿고 청학동에 온 그녀, 지리산 장금이의 이야기 깊고 푸른 지리산 자락, 해발 800m에 자리한 청학동. 오래전부터 도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로 알려진 이곳은, 도시의 번잡함과는 거리가 먼 고요한 세계다. 이곳에서 산골 식당을 운영하는 김옥주(65) 씨와 엄대후(74) 씨 부부. 한때는 각자의 길을 걸어가던 이들이 운명처럼 만나, 인생의 동반자가 되었다.

30년 전, 도시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하던 옥주 씨는 손맛 하나로 많은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사람이었다. 바쁜 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우연히 청학동 토굴에서 도를 닦던 대후 씨를 만나게 된다. 날카롭거나 강렬하지 않은, 작은 눈빛 속에서 반짝이던 그 무엇이 그녀의 마음을 움직였다. 결혼은 생각지도 않았던 그녀였지만, 사랑 하나 믿고 도시의 삶을 버리고 청학동으로 들어갔다.

사노라면 청학동 산골 식당 지리산 장금이와 백발의 슈퍼맨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인 산골 생활은 상상보다 훨씬 더 험난했다. 도시에 있을 때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적막과 고된 노동. 처음에는 답답하고 힘들었지만, 남편과 함께 땅을 일구고 나물을 뜯으며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갔다. 자연 속에서 빚어낸 한식의 대가 청학동에서의 생활은 그녀의 손맛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도시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가 이곳에서는 귀했다. 대신, 산에는 자연이 주는 신선한 식재료가 가득했다. 이를 어떻게 하면 제대로 요리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녀는,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차로 한 시간 넘게 걸리는 진주의 요리학교와 연구회로 달려가며 한식을 배우고 연구했다. 직접 기른 산나물과 지리산의 맑은 물로 담근 장으로 음식을 만들었다. 그녀의 정성과 노력이 쌓인 결과, 6년 전 **‘한식의 대가’**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그녀의 요리는 단순한 한 끼 식사가 아니었다. 사람들에게 자연이 주는 건강한 맛을 선물하고 싶었다. 남편 대후 씨는 그녀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었고, 그렇게 그녀는 ‘지리산 장금이’로 불리게 되었다.

도인의 삶에서 가장으로, 청학동 도인의 순애보 한편, 남편 엄대후 씨는 젊은 시절부터 전국을 떠돌며 도를 닦았다. 도장을 새기던 중 우연히 명리학을 접하게 되었고, 결국 지리산 청학동에서 정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아내 옥주 씨를 만나면서 그의 삶은 달라졌다. 혼자만의 수련이 아닌,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삶이 시작된 것이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그들을 키우기 위해 생활인이 되어야 했다.

그는 산기슭에서 벌을 키우고, 산양삼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꾸렸다. 하지만 자연 속에서 일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산은 예측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했다. 지난해에는 병충해로 인해 벌통 300개를 잃기도 했다. 매일 아침 양봉장으로 향해 자식처럼 벌들을 돌보지만, 돈벌이는 신통치 않았다. 도시에서 편히 살 수도 있었던 아내를 산골로 데려온 것이 마음에 걸려 늘 미안했다. 그래서 그는 늘 아내가 필요할 때면 ‘슈퍼맨’처럼 달려갔다. 요리 보조부터 나무꾼, 수리공까지 무엇이든 자청했다. 하지만 어딘가 허술한 그. 일흔이 훌쩍 넘은 나이, 몸은 예전 같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내의 곁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일을 도왔다.

부부가 함께 견뎌온 시간, 그리고 아픈 손가락 청학동의 겨울은 유난히 길고 혹독하다. 펑펑 내린 눈을 치우고, 매서운 찬바람을 맞으며 살아가는 이들. 그러나 그들의 얼굴에서는 늘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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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만나 가정을 이루었기에, 부부는 서로에게 더 애틋한 존재였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아픔이 있었다. 어느 날, 동네에서 이웃집 딸을 바라보던 옥주 씨의 눈이 촉촉해졌다. 그녀는 10년 전, 계곡에서 사고로 잃은 막내딸을 떠올리고 있었다.

한순간의 사고, 미처 피하지 못한 운명. 아이를 잃은 슬픔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절망에 빠져 한동안 웃을 수도, 음식을 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어느 날 꿈에 나타난 막내딸은 그녀에게 말했다. "엄마, 이제 울지 마."

그 말을 들은 뒤, 그녀는 다시는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자식을 향한 그리움은 이성으로 억누를 수 있는 감정이 아니었다.

 

 

 

그녀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소란스러운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일을 찾았다. 남편 대후 씨는 그런 아내를 바라보며 한 발짝 뒤에서 묵묵히 도왔다.

하지만 어쩐지 자꾸만 실수를 연발하는 그. 때로는 엉뚱한 행동으로 아내의 잔소리를 들을 때도 있지만, 그의 마음만은 한결같았다. "나는 아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는 여전히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지리산이 품은 사랑, 그리고 희망 누군가는 묻는다. "왜 도시를 떠나 이 험한 산속에서 사십니까?"

그들의 대답은 단순하다. "여기가 우리 집이니까요." 청학동에서의 삶은 쉽지 않다. 하지만 부부는 함께하기에 견딜 수 있다.

남편은 여전히 서툴고, 아내는 여전히 바쁘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서로를 향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목표가 있다. ‘지리산 장금이’의 손맛을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하는 것. 그리고 그들의 삶이 또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는 것. 청학동의 깊은 산속, 이들 부부의 이야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출연자 연락처>

청학이 머무르는 산삼마루 055-883-6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