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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역 앞, 따뜻한 온기를 전하는 호두과자집 이야기 충남 보령시 청소면. 장항선에서 가장 오래된 간이역, 청소역이 자리한 이 작은 마을은 오랜 세월 변함없는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기차가 서는 횟수보다 멈춰 서는 시간이 더 길 것 같은 한적한 역, 그 옆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 그리고 그곳을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
그런데 요즘, 청소면에는 조금 색다른 변화가 생겼다. 오래된 동네 한편, 유독 눈길을 끄는 신식 건물이 하나 들어섰기 때문이다. 바로 호두과자 가게다. 아담하지만 정갈한 간판, 갓 구운 호두과자에서 퍼지는 달콤한 향기. 마을 사람들은 처음엔 "이런 시골에 호두과자 가게라니, 장사가 될까?"라며 의아해했지만, 이내 하나둘씩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리고 그곳에서 김성윤이라는 청년을 만났다. 도시의 삶을 꿈꾸던 소년,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다 김성윤 씨는 이곳, 청소면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그의 어린 시절은 순탄하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여의고 할머니 손에 자랐다. 마을 사람들은 안쓰러운 마음에 "성윤아, 밥은 먹었니?" **"학교 생활은 할 만하니?"**라며 살갑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때의 성윤 씨에게 그런 관심은 부담스러웠다.
"부모 없다고 나를 동정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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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던 어린 마음에 오히려 반감이 들었다. 따뜻한 말들이 비수처럼 꽂히고, 자신이 더 특별한 존재인 것처럼 느껴지는 게 싫었다. 그는 반드시 이곳을 떠나 성공하리라 다짐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그는 곧장 서울로 향했다. 낯선 도시에서 발버둥 치며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텼다. 좋은 정장을 차려입고 백화점에서 넥타이를 매던 시절, 그는 어린 시절 꿈꿨던 '도시에서의 성공'에 한 발짝 가까워진 듯 보였다. 하지만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높은 월세, 치열한 경쟁, 끝없는 야근 속에서 서서히 지쳐갔다.
어느 날 밤, 성윤 씨는 불 꺼진 원룸 방 안에서 문득 생각했다.
"이렇게 사는 게 정말 성공한 걸까?" 어릴 적 자신을 반겨주던 동네 어르신들의 따뜻한 말들이 떠올랐다. 항상 자신을 걱정해 주던 사람들이었다. 너무나도 벗어나고 싶었던 고향이, 이제는 그리워졌다.
그렇게 그는 다시 짐을 쌌다. 도시에서의 삶을 뒤로하고, 다시 청소면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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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서 다시 시작한 삶, 그리고 호두과자 성윤 씨가 처음부터 호두과자 가게를 연 것은 아니었다. 고향에 돌아와서 처음 시작한 일은 쌀농사였다. 도시에서 몸으로 익힌 장사는 몰라도, 농사는 전혀 몰랐던 터라 쉽지 않았다. 하지만 밭일을 하면서 점점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꼈다. 손에 흙을 묻히며 일하고, 저녁이면 마을 사람들과 막걸리를 나누는 삶. 복잡했던 도시의 삶과 달리, 하루하루가 소박하면서도 충만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키운 쌀을 활용해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떠올린 건 호두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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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기차역에서 호두과자를 사 먹던 기억이 떠올랐다. 따뜻하고 포근한 그 맛. 문득, 청소역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그런 따뜻한 한 조각을 건네고 싶어졌다. 그렇게 그는 직접 개발한 **‘쌀가루 반죽 호두과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밀가루 반죽 대신, 자신이 정성껏 키운 쌀을 갈아 만든 반죽을 사용했다. 일반 호두과자보다 더 쫀득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호두과자로 이어가는 따뜻한 상생 호두과자 가게를 연 뒤, 성윤 씨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했다.
"어르신들이 직접 키운 호두를 사용하면 어떨까?" 동네 어르신들은 오랫동안 마을에서 호두를 키워 왔다. 하지만 판로를 찾지 못해 헐값에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성윤 씨는 그 호두를 직접 사들여 **‘청소면산 호두’**로 만든 호두과자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어르신들도 그의 가게에 와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손님이 올 때마다 반갑게 맞아준다. "예전엔 그렇게 동네 떠나고 싶어 하더니, 이제는 우리 마을 자랑이네!"
농담 섞인 어르신들의 말에 성윤 씨는 웃으며 답한다.
"그땐 몰랐어요. 여기가 얼마나 좋은 곳인지요."
청소역 앞 작은 가게에서 전해지는 온기 기차는 여전히 청소역을 천천히 지나간다.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가끔 여행자가 내려서 청소면을 둘러보곤 한다.
그리고 그들이 꼭 들르는 곳이 있다. 청소역 앞, 갓 구운 호두과자의 달콤한 향기가 퍼지는 작은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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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곳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