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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한바퀴 방화동 동파육 60년 전통 중식당 김포국제공항 중국집

by 오로라를찾아 2025. 4. 26.
동네한바퀴 방화동 동파육 60년 전통 중식당 김포국제공항 중국집

 

 

 

 

 

공항 입구 작은 기적, 3대째 끓여온 인생의 맛 – 방화동 동파육집 이야기 김포국제공항. 이름만 들어도 바람부터 달라진다. 활주로 끝자락을 따라 부지런히 오르내리는 비행기들 사이로, 방화동 골목엔 아주 특별한 향이 깃들어 있다.

그곳엔 수십 년간 끓고, 익고, 다시 졸아든 고깃국물의 내음이 있다. 바로, 김포공항 입구에서 3대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진가기 씨의 중화요리 전문점이다.

한 때 허허벌판이었던 방화동 땅에, 젊은 시절 짐 보따리를 내려놓은 이는 바로 기 씨의 아버지. 그는 누구보다 성실한 조리사였고, 아들을 조용히 주방 한 켠에 세워두고 하나씩 중화요리의 깊이를 가르쳤다. 하지만 그가 아들에게 유독 강조한 건 단 하나의 메뉴였다. 바로 ‘동파육’.

“절대 이건 메뉴판에서 빼지 마라” 그 말이 유언이 될 줄, 아무도 몰랐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다름 아닌 동파육에 관한 당부였다. “비싸다고, 손 많이 간다고, 손님이 몰라준다고 해도… 절대 이건 빼지 마라.” 당시만 해도 손님들은 탕수육, 짜장면, 고추잡채 같은 메뉴를 더 선호했다. 기름지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동파육은 ‘시대를 못 따라간다’며 주방장의 고민거리였고, 그를 잊은 채 주말 영업을 버티기 어려웠다.

하지만 아버지의 유지를 저버릴 수 없었던 진가기 씨는 고집처럼 이 메뉴를 지켰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 ‘그때 동파육 좀 먹어봤다’는 말은 방화동 어르신들 사이에 자랑거리가 됐다.

조리 시간만 7시간, 기다림이 빚은 예술 동파육은 사실 단순한 요리가 아니다. 지방과 살코기의 경계선이 사라질 때까지 고기를 조리고, 향신료와 간장의 비율을 오차 없이 맞춰야 제 맛이 난다.

이 집의 동파육은 첫 국물과 두 번째 국물, 마지막 농축 간장을 따로 끓여낸다. 살코기는 절대 흩어지지 않으면서, 젓가락만 대도 부드럽게 갈라지는 이 질감은 “이걸 어떻게 식당에서 해냈을까?” 싶을 정도로 정성이 깃들어 있다. 게다가 접시에 올려진 고기 위로 살짝 얹힌 생겨자와 얇게 저민 파채는, 무겁지 않게 고기의 풍미를 받쳐준다. 입에 넣으면 껍질은 탱글하고, 속살은 촉촉하며 간장 향이 고스란히 녹아내린다. 진한 국물에 밥 한 숟갈을 비벼먹는 순간, “아, 이게 진짜 어른들의 맛이구나” 싶다.

 

 

 

공항 직원 단골, 승무원 인증 맛집 이 동파육집은 단지 ‘로컬 맛집’으로 머무르지 않는다. 공항 관계자, 승무원, 수송 기사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한 단골집이기 때문이다. 비행기 탑승 전 빠르게 한 끼를 해결해야 하는 이들에겐 “방화동에서 먹고 비행기 타면 속이 편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특히 점심시간이면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하나둘 테이블을 채우고, 자리를 비워둬야 할 만큼 웨이팅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숨은 맛집’이 아닌, ‘알려진 믿음직한 명가’로 통한다.

오래된 골목, 새로운 기억을 만들다 골목은 바뀌었다. 세련된 카페가 생기고,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들어섰다. 하지만 그 중심에서 여전히 옛 간판을 달고, 수십 년 된 간장 냄비를 곁에 둔 이 식당은 마치 ‘시간의 수호자’처럼 남아 있다.

주인장은 오늘도 아버지가 쓰던 철제 국자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주문이 들어오면 조용히 고기를 꺼내 국물에 적시고, 온도를 다시 확인하고, 그제야 접시에 담는다.

“맛있게 드셨습니까?”라는 인사엔 허세도 없고, 화려한 말도 없다. 하지만 손님들은 다 안다. 이 집의 맛은 그 말 한마디 속에 있다.

진정한 ‘동네 한 바퀴’를 마무리하며 누구나 인생의 어느 순간, ‘진짜 집밥 같은 외식’을 그리워한다. 방화동 골목 끝에서 만난 이 동파육 한 접시는 그런 마음에 딱 맞는 음식이었다. 음식은 시간을 담는 그릇이다. 아버지의 손맛, 아들의 책임감, 그리고 이웃의 인정까지 – 이 동파육엔 무언가 말로 다 할 수 없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동네한바퀴 방화동 동파육 60년 전통 중식당 김포국제공항 중국집:

 

 

도일처

 

서울 강서구 개화동로 567

 

 

 

 

 

 

 

 

김포공항이라는 거대한 이륙의 현장 한 켠에서, 묵묵히 삶을 지켜온 이 집은 오늘도 여전히 ‘찬란한 봄꽃 같은 인생’을 끓이고 있다.